1. 가정간편식 관련 매크로데이터의 문제점과 개선 방안
먼저 정부와 유관 기관에서 조사, 발표하는 가정간편식 관련 매크로데이터의 근본적인 문제점은 가정간편식의 정의와 범위에 대한 합의가 없이 산출되어 그 신뢰성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본 연구 결과, 농림축산식품부의 유관 기관인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촌진흥청조차도 가정간편식, 간편식 등에 대한 용어를 혼용하여 쓰거나, 같은 용어를 다른 범주로 사용하고 있음이 문제점으로 드러났다.
우리나라에서 가정간편식에 대한 합의된 정의의 필요성이 학계에 제기된 것은 영문 용어 HMR의 적절한 국문 용어에 대한 관심으로부터 비롯되었다. HMR은 home meal replacements의 약자로 2000년대 초에 외식업계 기업의 적극적인 시장 진출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18]. 이해영 등[14]은 소비자 관점에서 HMR의 분류체계를 제안한 Costa 등[13]의 연구를 참고하여, HMR의 국문 용어로 ‘가정식사 대용식’을 제안하였고, 이를 필두로 2000년대 중반부터 한국에서의 HMR 개념을 정립하고 분류체계를 제안하는 등 일련의 HMR 관련 기초연구가 2010년대 초반까지도 발표되었다[19, 20, 21].
Costa 등[13]은 2001년에 발표한 논문에서 HMR을 “집에서 직접 만들어 차린 식사를 완전하고 신속하게 대체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1인분 또는 다인분의 포장 용기에 담겨진 주요리 혹은 주요리의 구성품을 사전에 조합하여 준비한 것(main courses or pre-assembled main course components of a meal in single or multiple portion containers, designed to fully and speedily replace, at home, the main course of a home-made main meal)”으로 정의하고 편리성의 등급에 따라 4단계(C1, C2, C3, C4)로 분류한 후, 각각 ‘ready to eat (C1)’, ‘ready to heat (C2)’, ‘ready to end-cook (C3)’, ‘ready to cook (C4)’으로 명명하였다. 가장 편리한 HMR 제품은 C1 단계인 ready to eat으로 분류되며, “구입한 상태 그대로 섭취할 수 있는 HMR 제품”으로 섭취를 위해 별도의 사전 준비과정이 필요 없는 제품이다. 반면, ready to cook은 가장 편리하지 않은 단계인 C4에 해당하며 조리가 가능하도록 준비가 되어 있는 제품이지만 “구성품의 일부 또는 구성품의 모든 요소를 완전한 조리할 필요가 있는 HMR 제품”을 의미한다. 가열조리의 필요 여부에 따라 가열조리가 필요한 제품들이 C2와 C3 단계에 해당하는 ready to heat와 ready to end-cook으로 분류된다. Ready to heat에 포함되는 HMR 제품들이 ready to end-cook으로 분류되는 HMR 제품들보다 가열조리 시간이 짧다. 그런데 ready to end-cook에 포함되는 HMR 제품들은 가열조리 과정을 거쳐서 비로소 조리가 완료되어 섭취할 수 있는 상태가 된다는 점에서 이미 조리가 완료인 ready to heat 제품들과는 차이가 있다.
식품산업에서 HMR 시장의 성장세가 가시화되면서 2010년대 중반부터 정부출연 연구기관 등 정부 유관기관에서 발표한 문헌에서 가정간편식 또는 유사한 용어로의 간편식을 찾아볼 수 있다[22, 23, 24]. 농림축산식품부의 유관기관인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22]에서 2014년에 작성한 가공식품 소비자태도조사 보고서에서는 간편식을 “일정 공정을 거쳐 완조리가 된 요리”로 정의하고 반조리식품(열조리 직전 상태)과 즉석섭취식품(별도의 조리과정 없이 바로 섭취할 수 있는 상태)을 포함한다고 하였다. 해당 보고서에서는 간편식을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으로 한정하고 대형마트나 백화점 등의 식품 매장에서 만들어 판매하는 음식을 포함하지 않았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23]에서는 가정간편식을 2015년 식품소비행태조사의 특별주제로 선정하고 소비자의 가정간편식 소비행태에 대하여 조사·보고하였다. HMR에 해당하는 용어로 설문지에서는 간편식을 사용하였으나, 결과를 발표한 기초분석보고서에서는 가정간편식을 사용하였다. 가정간편식의 범위는 “식품소매점에서 판매하는 음식”으로 한정하였다. 또한, 가정간편식을 다시 완조리와 반조리로 구분하고 완조리에는 “(식품소매점의)매장 내에서 완조리 형태로 판매되어 바로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 반조리로는 “가열 등 간단한 조리과정을 거치면 먹을 수 있도록 반조리 형태로 판매되는 음식”이 포함되도록 하였다. 완조리의 예로는 김밥, 도시락, 치킨, 피자 등이 있으며 반조리에는 각종 찌개·탕, 볶음밥, 양념육 등이 해당하였다. 단, 냉동만두 등의 일반 냉동식품과 김치 등의 밑반찬류는 가정간편식에서 제외하였으며 라면 등의 인스턴트식품도 가정간편식에 포함하지 않았다.
농촌진흥청 산하 국립농업과학원[24]에서는 식품산업 분야에서 지속적인 성장세가 예상되는 HMR 시장의 중요성에 주목하여 “가정간편식, 밥상을 디자인하다”라는 제목으로 도서를 발간하였다. 해당 도서에서는 HMR을 ‘가정간편식’으로 지칭하고 “적은 시간과 노력으로 간편하게 음식을 준비하거나 섭취할 수 있는 모든 유형의 가정식 대체식품”으로 정의하였다. 또한 가정간편식을 ready to eat (RTE), ready to heat (RTH), ready to cook (RTC), ready to prepared (RTP)의 4개 영역으로 분류하였다. 그런데, 국립농업과학원의 가정간편식 하위 분류에 포함되는 RTC는 “즉석가열식품 보다 상대적으로 장시간 데우거나 간단하게 조리한 후 섭취할 수 있는 식품”으로서 냉동만두, 냉동돈까스, 냉동볶음밥 등을 포함하였다. 즉, 이 책자에서는 한국농촌경제연구원[11]과 다르게 가정간편식에 냉동식품을 포함함으로써 그 범위를 더 넓게 산정하고 있다. 또한 동 책자에서는 RTP를 ready to prepare가 아닌 ready to prepared로 기재하는 실수를 범하여 이후 동 책자를 참고한 많은 문헌에서 같은 오류를 범하는 원인을 제공하기도 하였다.
식품공전[17]에서는 가정간편식이라는 용어를 직접적으로 사용하고 있지는 않다. 2022년 12월 기준으로 식품공전에는 24개 식품군에 대하여 ‘식품별 기준 및 규격’이 제시되고 있는데 23번째 식품군인 즉석식품류는 생식류, 즉석식품·편의식품류, 만두류의 3개 식품 유형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중에서 즉석식품·편의식품류를 가정간편식에 해당하는 것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간주하고 있다[9]. 식품공전에서 즉석식품·편의식품류는 “소비자가 별도의 조리과정 없이 그대로 또는 단순조리과정을 거쳐 섭취할 수 있도록 제조·가공·포장한 식품”으로 정의되어 있어 이를 가정간편식에 대한 식품공전 상의 정의로 볼 수 있다. 즉석식품·편의식품류는 추가적인 조리과정의 유·무 혹은 조리과정의 단순성에 근거하여 다시 신선편의식품, 즉석섭취식품, 즉석조리식품, 간편조리세트의 총 네 개의 식품유형으로 분류되어 있다.
식품공전에서 가정간편식과 관련된 사항을 찾아볼 수 있는 것은 기타 식품류의 하위분류로서 ‘즉석섭취·편의식품’을 신설한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25]. 식품공전에 즉석섭취·편의식품에 대한 별도의 기준이 마련되면서 정부차원에서의 간편식에 대한 관리기준이 비로소 마련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당시 식품의약품안전청(현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는 개정 취지를 통해 식생활 패턴의 변화에 의해 즉석·편의 식품류가 급증함에 따라 이에 대한 안전관리를 위해 즉석섭취·편의식품에 대한 기준을 신설함을 밝히고 있다.
이후 2020년에는 간편조리세트를 즉석섭취·편의식품류의 식품유형으로 신설하여, 기존의 신선편의식품, 즉석섭취식품, 즉석조리식품에 이어 즉석섭취·편의식품류의 네 번째 식품유형으로 간편조리세트가 식품공전에 수록되었다[26]. 간편조리세트는 “조리되지 않은 손질된 농·축·수산물과 가공식품 등 조리에 필요한 정량의 식재료와 양념 및 조리법으로 구성되어, 제공되는 조리법에 따라 소비자가 가정에서 간편하게 조리하여 섭취할 수 있도록 제조한 제품”으로 식품공전을 통해 관리되는 가공식품으로서의 가정간편식의 범주가 점차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요약하면, 지난 20여 년간 HMR에 대응하는 한국어 용어와 범주에 대한 학계와 공공기관들의 의견이 다양하게 제시되어 왔다. 그리고 아직 이러한 용어에 대한 합의가 도출되지는 못했다. 그러나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보도자료[9]를 통해 식품공전에 따른 즉석섭취·편의식품류를 가정간편식으로 발표한 것에 근거하여 앞으로 HMR에 대응하는 용어는 간편식이 아닌 가정간편식으로 통일하고, 그 범주는 식품공전상의 즉석섭취·편의식품류로 하는 것을 제안하는 바이다. 단, 가정간편식의 범주를 이렇게 정할 경우, 만두를 포함한 일부 냉동식품이 가정간편식의 범주에 들 수 없다는 단점이 있으므로, 향후 식품공전 상의 분류 체계 개선 등을 통해 시장에서 통상적으로 가정간편식으로 불리는 식품들이 제도상에서도 가정간편식으로 분류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할 것을 기대한다.
2. 가정간편식 섭취 실태 파악을 위한 마이크로데이터의 문제점과 개선 방안
본 연구에서는 현 체제의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는 우리나라 국민의 가정간편식 섭취 실태를 파악하는데 유용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되었다. 매식여부 변수가 편의식품(21)으로 코딩된 음식 자료로 분석을 시도해 보았으나 그 결과를 가정간편식의 섭취로 해석하기에는 적지 않은 한계가 있었다.
매식여부는 식사구분과 시간이 동일하면 음식별로 매식여부에 차이가 있다고 하더라도 음식마다 별도로 매식여부가 코딩되지 않고 해당 끼니 또는 간식의 전반적인 구성에 따라 주된 음식을 기준으로 하나의 값으로 코딩되고 있다. 예를 들어, 가정간편식으로 국을 끓이고 집에서 직접 조리한 불고기와 함께 먹었다면, 두 음식 중 주된 음식을 판단하여 가정식(1)이나 편의식품(21) 중 하나로 두 음식이 모두 코딩된다.
우리나라의 국민건강영양조사 제6기에서는 식사별로 ‘매식여부’를 가정에서 준비한 것, 가정에서 준비한 도시락, 이웃집/친척집/등에서 만든 것, 업체 배달 도시락, 한식(매식), 중국식(매식), 양식(매식), 일식(매식), 패스트푸드(매식), 라면 등 인스턴트 식품(매식), 분식(매식), 빵/과자(매식), 기타 매식, 학교급식, 직장급식, 유아원/유치원 급식, 직장급식, 무료급식, 노인정(노인대학) 급식, 무료급식, 사찰/교회급식, 기타 단체급식으로 구분되어 조사하였다[27]. 그러나 제7기의 시작인 2016년 조사부터는 ‘매식여부’가 가정식, 음식업소 음식, 일반식품, 단체급식, 편의식품으로 조사되어 오히려 간편식의 섭취를 더욱 파악하기 어려운 형태로 변화되었다.
매식여부 변수가 편의식품(21)으로 코딩된 조건 하에 음식코드 다섯 자리 중 첫 번째 자리의 숫자로 음식별로 사용하는 식품재료량 DB의 구분이 가능한데, 이는 해당 음식에 대한 식품 정보를 어떤 자료로부터 인용한 것인지를 나타내는 정보이다. 음식별 식품재료량 DB는 가정식(1), 산업체급식(2), 초등학교급식(3), 음식업소(4), 단일식품(5), 가정식대체(7), 중고등학교급식(8)로 구분된다. 조리 내용을 직접 조사하여 해당 내용으로 처리한 경우는 가정식(1)으로 코딩되며, 해당 음식이 하나의 식품을 조리 없이 섭취하면 단일식품(5)으로 코딩된다. 가정간편식을 조리 없이 섭취한 경우는 단일식품(5)의 DB로 연계되며, 가정간편식 제품에 물을 넣거나 다른 재료 등을 넣어서 조리해서 먹은 경우는 조리 내용을 직접 조사하여 해당 내용을 입력한 가정식(1)으로 코딩된다. 예를 들어, 가정간편식의 하나로 즉석조리식품인 소고기볶음밥을 전자레인지로 조리하여 섭취한 경우는 단일식품(5)으로 코딩되나, 프라이팬으로 식용유 등의 추가 재료를 넣어서 조리하여 섭취한 경우는 가정식(1)로 코딩되어, 현 코딩 체계에서는 조사 자료에서 가정간편식을 분류하여 분석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따라서, 가정간편식 섭취의 증가 실태를 반영하여 국민건강영양조사 식품섭취조사에서 가정간편식 섭취를 분석할 수 있도록 현 조사 체계에 대해 다음과 같은 변경을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음식별 식품재료량 DB 측면에서는 단일식품(5)이나 가정식(1)으로 코딩되는 것을 간편식 및 가정간편식의 DB를 추가 신설하여 코딩하는 방안이 있다. 특히 간편조리세트의 경우는 조리되지 않은 손질된 농·축·수산물과 가공식품 등 조리에 필요한 정량의 식재료와 양념 및 조리법으로 구성되어, 제공되는 조리법에 따라 소비자가 가정에서 간편하게 조리하여 섭취할 수 있도록 제조한 제품으로 제품별로 식재료와 양념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할 수 있어 이를 이용하여 영양성분을 산출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둘째, 국민건강영양조사의 매식 여부 항목의 활용성을 고려해 음식별 식품 출처를 조사하고 있는 미국 국민건강영양조사를 참고하여 음식별로 식품/음식 출처를 세분화해 조사하여 보완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의 국민건강영양조사(National Health and Nutrition Examination Survey)에서는 비연속적인 2일간의 24시간 회상법 조사에서 음식별로 식품의 구입 출처에 대해 소매점이나 슈퍼마켓, 편의점, 정보가 없는 스토어, 종업원이 있는 레스토랑, 패스트푸드/피자 레스토랑, 자판기, 푸드트럭 등 28개로 구체적으로 나누어 조사한다[28]. 영국의 국민식이영양조사(National Diet and Nutrition Survey Rolling Programme)에서는 2019년부터 비연속적인 4일간의 24시간 회상법을 자동화된 웹 기반 식이데이터 수집 도구인 Intake24를 이용하여 끼니별로 주된 음식의 구입 출처를 슈퍼마켓/소매점/주유소(가구구매), 슈퍼마켓/소매점/주유소(테이크아웃), 패스트푸드/테이크아웃점, 카페/커피숍/샌드위치가게/델리, 레스토랑/펍, 단체급식(학교, 직장 등), 버거/칩/케밥(길거리 음식), 푸드뱅크/도시락배달, 레저센터(레크레이션, 엔터테인먼트 장소), 자판기, 기타 등으로 조사한다[29].
일본에서도 끼니별로 섭취하는 매식형태에 대해 가정식(가정에서 만든 식사나 도시락을 먹은 경우), 조리된 식품(이미 조리된 반찬을 구매하거나 배달을 시켜 가정에서 먹은 경우), 외식(음식점에서의 식사 및 가정 이외의 장소에서 배달을 시키거나 도시락을 사먹는 등 가정에서 조리를 하지 않고 먹는 장소도 가정이 아닐 경우), 학교급식(어린이집이나 유지원 급식 포함), 직장 급식(사원 식당 포함), 단일 식품(과자, 과일, 유제품, 기호음료 등의 식품만을 먹은 경우), 정제, 캡슐, 과립상의 비타민, 미네랄, 영양 음료만 먹은 경우, 아무것도 안 먹은 경우(물만 먹은 경우도 포함), 모름으로 구분하여 조사하고 있다[30]. 이와 같이 일본은 매식 행태에 관한 문항과 분류가 우리나라와 매우 유사하였고, 미국이나 영국은 식품 구입 출처에 대해 보다 상세히 조사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나라들의 조사 체계에서도 우리나라의 국민건강영양조사와 마찬가지로 식품군 분류나 식품코드 체계에서 가정간편식을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은 아직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본 연구에서는 우리나라의 가정간편식 시장 규모 및 소비자의 구매 실태에 대한 매크로데이터의 현황 및 문제점을 도출하였다. 또한 현재의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의 분석을 통해 가정간편식의 섭취 실태를 파악할 수 없는 한계를 보여주었다. 국민식생활에서 가정간편식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음을 고려할 때 이러한 문제점과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산관학의 노력이 시급하다.